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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북마케도니아로 이름이 바뀐 이유] 마케도니아-그리스 국호 분쟁

by 너귤맨 2021.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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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는 동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내륙국가입니다. 인구 208만 명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그리스, 불가리아, 세르비아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은 국가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과는 접점이 별로 없는 데다 대사관도 없는 국가라(불가리아 대사관에서 겸임) 우리에게는 생소한 국가일 겁니다. 마케도니아의 국기는 과거 일본제국의 육군기(해군기도 비슷하게 닮음)를 닮아 한국인들이 보기에 놀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두 국기는 해를 상징한다는 것 말고는 실제로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 마케도니아 위치 -

 

- 한국인들이 오해할수도 있는 마케도니아 국기 -

 

지금까지 마케도니아에 대해 잠깐 알아보았습니다. 어쨌든 이 마케도니아 공화국은 2019년 그리스와 합의를 통해 정식 국호를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변경했습니다. 어째서 다른 나라가 간섭하여 국가 이름을 바꾸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해 알아봅시다. 

 

 

 

 

 

마케도니아 공화국의 국명은 기원전 마케도니아 왕국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3세'의 영어식 이름인 '알렉산더 대왕'은 들어보신적 있을 겁니다. 알렉산드로스 3세는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 왕국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이어 왕이 된 이후 젊은 나이에 이집트,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인도 앞까지 영토를 키운 정복군주였습니다. 그로 인해 동서양의 문화가 합쳐진 헬레니즘 문화(헬레니즘의 어원은 지리 1편에서 다루었습니다)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제국이라고 불리던 헬레니즘 기반의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드로스 3세의 사후 여러 국가로 나뉘어졌습니다.  

 

- 알렉산드로스 3세 -

 

 

알렉산드로스의 제국은 빠르게 멸망했지만 지금까지도 현대의 마케도니아 사람들은 과거에 마케도니아 왕국이 동서양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알렉산드로스 3세의 '마케도니아 왕국'의 이름을 따서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마케도니아는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원이었을 시절부터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구 유고연방에서 독립하면서도 '마케도니아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고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구 유고 연방으로 부터 독립하며 쓰게 된 '마케도니아 공화국'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강한 반대를 하며 무려 국명을 바꿔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스가 이렇게 다른 나라보고 국명을 바꿔라고 얘기하는 것은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 왕국을 그리스 역사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의 중심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테네, 테베, 스파르타였습니다. 마케도니아 왕국은 그리스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이었기는 했어도 그리스계 왕가였습니다. 심지어 알렉산드로스 3세의 아버지였던 필리포스 2세는 아테네와 테베 연합국을 격파하며 스파르타를 제외한 그리스를 통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는 역사적으로 마케도니아 왕국을 자국의 역사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스가 마케도니아 이름에 대해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현재 그리스에서는 마케도니아 주(州)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그리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잘 알려져 있지만  마케도니아 또한 빼놓을수 없는 지방입니다. 중앙 마케도니아의 주도 테살로니키는 그리스의 제2의 도시이고 동로마 시절에는 비잔티움에 이어 두번째로 번성한 도시였습니다. 마케도니아 왕국의 수도였던 펠라 또한 중앙 마케도니아에 속해있습니다. 즉, 마케도니아 왕국의 수도와 중심부는 현재 그리스 내의 '마케도니아 주'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마케도니아 왕국'을 계승한 것은 '그리스'라는 것이 그리스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주(州) -

 

 

그리스가 주장하는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과거 마케도니아 왕국과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중 또 하나는 인종입니다. 현재의 '마케도니아 공화국'의 사람들은 슬라브 계통의 사람들입니다. 과거의 마케도니아 왕국의 사람들은 그리스계라고 했지만 마케도니아 왕국이 로마에 의해 무너지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남하해온 슬라브 계통의 사람들과 융합된 고대 마케도니아인도 많았을 겁니다. 

 

 

 

이번엔 현재 마케도니아 공화국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마케도니아 공화국'의 영토 또한 과거의 '마케도니아 왕국'의 영토안에 포함이 되기는 합니다. 그리고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은 19세기부터 쭉 쓰던 명칭이었기에 그들 스스로를 마케도니아인(人)이라 하고 쓰는 언어를 마케도니아어(語)라고 하며 국명 또한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그런데 타국인 그리스가 반발하여 국명을 바꿔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따라서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와 몇 번 합의를 보려고 했지만 결국 그리스의 주장은 마케도니아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마케도니아도 국명을 양보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다 2004년,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EU에 가입을 하려고 하자 그리스는 EU 회원국의 지위를 이용해서 마케도니아의 EU가입을 막았습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NATO가입도 막으며 두 국가의 대립은 심해졌기에 국제사회에서는 중재를 해보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2017년부터 마케도니아는 NATO와 EU가입을 위해 국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제스처를 취해왔고 이에 그리스도 마케도니아의 국명 변경에 대해 환영하는 뜻을 보여 왔습니다. 마케도니아 공화국은 몇 번의 국민투표 끝에 2019년, 마케도니아 의회가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국명을 바꾸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그리스 의회에서도 북마케도니아와 합의에 관해 300명중 153명의 찬성으로 가까스로 통과되어 기나긴 세월의 국명 분쟁이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리스 의회에서 북마케도니아와 합의가 아슬아슬하게 통과된 것은 '마케도니아'라는 국명 자체를 쓰지 못하게 하려는 세력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합의가 통과됨에 따라 더 이상 그리스는 공식적으로 북마케도니아에 대해 NATO와 EU의 가입을 반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왼쪽 위 : 북마케도니아 총리, Zoran Zaev

왼쪽 아래 : 북마케도니아 외교부 장관, Nikola Dimitrov

오른쪽 위 : 그리스의 야당 지도자, Alexis Tsipras

오른쪽 아래 : 그리스의 외교부 장관, Nikos Kotzias

사진 출처 : Independent Balkan News Agency

 

 

 


이번 지식은 '북마케도니아'가 국호를 변경한 이유와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한 조각의 지식을 가지고 마케도니아 전문가는 못되겠지만 적어도 뉴스나 신문에서 북마케도니아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면 이해하기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뉴스 기사를 많이 참고해서 약간 뉴스 기사처럼 된 느낌이 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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